어린이집 교사들에게는 가장 마음 시린 계절이 돌아왔다. 해마다 한참 추워지는 때가 돌아오면 교사들 마음은 더 추워진다. 어린이집에서는 원장과 교사 간 일대일 면담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보통 어린이집은 3월이면 새로 반을 구성하고 새 학기를 맞이한다. 새로운 반 구성을 위해 11월 중후반이면 면담이 시작된다. 이 면담은 교사에게 어떤 반을 원하는 지 묻기 전에 우선 계속 근무를 하는 지 여부를 묻는다. 원장면담은 자연스럽게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 다르게 표현하면 원장이 내보내고 싶은 교사를 손쉽게 해고할 수 있는 공식적인...
몇 년 전 급하게 어린이집에 병가를 냈다. 수술 받고 며칠 안돼 한 아이 엄마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1년 전, 우리 아이 얼굴을 발로 찼냐’는 확신에 찬 질문이었다. ‘무슨 말씀이냐, 그런 일이 없다’는 답을 보냈다. 당황스러웠다. 아이 엄마는 마지막으로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는 말을 남겼다. 정신이 멍해졌다. ‘아이는 피해자고, 나는 가해자’라니. ‘내가 아이의 얼굴을 발로 찼나?’, ‘기억을 못하고 있나?’하며 나를 의심했다. 기억도 믿지 못하게 됐다. 내가 아이를 발로 찬 거 같았다. 자책했다. 며칠이 지나...
지난해 한 토론회에서 어린이집 교사들의 장시간 노동을 얘기했다. 한참 이야기를 하고 나니 토론자로 나온 한 연구자가 ‘9시간도 못되게 일하던데 장시간 노동은 아니죠?’라고 말을 시작해서 ‘하루 평균 10시간 넘는 장시간 노동사회에서 그렇게 주장하면 부도덕하다’며 ‘나도 연구과제 빨리 제출해야할 때는 점심도 책상에서 먹으며 글을 쓴다’고 반박했다. 보육교사 장시간 노동을 얘기하다가 갑자기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렸다. 그도 그럴만하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집 근무 보육교사 근무시간은 하루 평균 8시간2...
나는 어린이집 교사다. 하루가 멀다하게 사립유치원, 어린이집의 비리와 근절 대책이 발표되고 있는 터라 ‘어린이집 교사’라고 말하는 일이 썩 자랑스럽지만은 않다. 물론 이런 일이 새롭지는 않다. 불거졌다가 또 쑥 들어가 버리기 일쑤다. 매번 어린이집이 사회적 지탄을 받을 때면 보육교사들은 마치 내 죄인 양 부끄럽고 위축되고는 한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앞으로 노동조합활동을 하는 어린이집 교사로서 글을 연재하고자 한다. 첫 글이니만큼 필자가 ‘왜 이 자리에 이런 모습으로 있는지’를 설명하며 인사를 대신하고자 한다. 스무 살 ...